"나는 언제 안아줄 거야?" 엘튼 존의 삶을 담은 영화 '로켓맨' 줄거리(스포일러) 리뷰

오늘 영화 '로켓맨'이 개봉했습니다. 기대해왔던 작품이기에 바로 관람하고 왔는데요, 그의 명불허전 히트곡들을 들을 수 있어 무척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 왔습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조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에 따라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엘튼 존 이야기를 담은 로켓맨. 그 자세한 줄거리와 함께 개인적인 감상평을 적어보겠습니다.

 

덱스처 플레처 감독,

테런 에저튼 주연의

 

'로켓맨'입니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1704

 

로켓맨

천재적인 음악성과 독보적인 노래로 세상을 뒤흔들며 대중을 사로잡은 ‘엘튼 존’(태런 에저튼).연이은...

movie.naver.com

 

(전체 줄거리와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다면 영화를 보고 나서 읽어주세요!)

 

영화가 시작되면 화려한 의상의 남자가 복도를 가로질러 객석을 향해 걸어옵니다. 문이 열리고 화려한 쇼가 시작되려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그가 도착한 곳은 무대가 아닌 적막한 강당. 그곳에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남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약물중독, 알코올 중독, 성중독, 대마초 코카인 등등... 얼핏 보기에도 심각한 상태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정말 화려한 의상...

 

이때 락앤롤 뮤직이 흐르며 동네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영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신나게 노래하는 어린 엘튼 존(본명 레지 드와이트), 그러나 그의 가정은 그다지 행복한 풍경이 아닙니다. 할머니 그리고 엄마와 함께 사는 레지. 군인인 아버지는 몇 주에 한번 집에 들어오는, 가정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재즈 광이었던 아버지는 레지에게 음악적인 재능을 물려주었지만, 마땅히 주어야 할 사랑은 주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할 만큼 엄격하고 다정하지 못한 아버지에게 어린 레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언제 안아줄 거야?"

하지만 아버지는 나약한 소리 하지 말라며 어린 레지를 단 한 번도 안아주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레지에겐 엄마와 할머니의 관심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두 사람은 레지가 피아노를 계속 연주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그리고 왕립 음악 학교 오디션을 보게 되고, 천재성을 입증한 레지는 학교에 입학하여 클래식을 제대로 배웁니다.

 

하지만 레지의 엄마도 마냥 좋은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남편이 있었음에도 대낮에 자동차 안에서 다른 남자와 진한 애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레지의 아버지는 배신감에 집을 떠납니다. 레지에게 작별 인사조차 나누지 않고요.

 

락앤롤에 빠진 레지 드와이트(엘튼 존)

 

청소년기를 거치며 레지는 엘비스 프레슬리로 대표되는 당시의 락앤롤 뮤직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클래식만이 아니라 블루스 소울 재즈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두루 섭렵하게 됩니다. (이쯤에서부터 이제 아역배우가 아닌 테런 에저튼이 나옵니다.)

 

 

십 대 시절부터 블루스 밴드 활동을 했던 레지. 그는 훌륭한 연주력과 작곡 능력을 이때부터 보이기 시작했는데, 가사는 그다지 훌륭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연주력으로 어느 날 소울 가수의 백업 세션으로 스카우트되게 됩니다. 무대 경험을 쌓으며 서서히 음악가로서 성장하려는 열망을 조금씩 품는 레지. 그는 자신의 예명을 엘튼으로 정하게 되고, 자신의 불안정한 성 정체성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천재 뮤지션 엘튼 존.

 

음악적 실력을 쌓아가던 엘튼. 그는 훗날 자신의 형제라고 할 만큼의 평생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시인 '버니'였습니다. 버니는 시인이었기에 엘튼에게 부족했던 작사 부분을 보완해주었고, 둘은 완벽한 음악적 파트너가 됩니다. 영국의 음반 제작사 사장의 권유로 엘튼 존 그리고 버니는 함께 합숙하며 대중적으로 히트 칠만한 곡들을 만드는데 착수합니다. 이때 엘튼은 여자 친구를 사귀기도 하지만, 자신이 게이임을 알았던 엘튼은 그 사실을 고백하고 결국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됩니다.(이런 일은 그의 삶 전반에 여러 번 일어나게 됩니다.)

 

작곡 천재와 작사 천재의 만남.

 

결국 지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난 엘튼은 버니와 함께 다시 엄마와 할머니가 계신 본가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저 작업을 진행하는데요, 식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서 어렵지 않게 만들어내는데, 그 곡이 바로 그의 명곡 'Your Song'입니다. 실제로 엘튼은 버니의 가사를 받으면 피아노 앞에 앉아 순식간에 놀라운 곡을 만들어 내곤 했다고 합니다.(이 영화의 제목인 '로켓맨'의 뜻은 그의 동명의 노래 제목인데, 실제로 10분 만에 작곡을 끝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몇 가지 곡을 만들고, 깐깐한 음반사 사장 딕을 크게 만족시킨 엘튼 존. 앨범 제작을 계약하고,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있는 미국의 투르바도어 공연까지 따내게 됩니다.

 

여기서 공연을 어떻게 하지...?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가게 된 엘튼 존과 버니. 공연 시작 전, 자신이 이런 천재 뮤지션들 사이에서 어떻게 노래를 할 수 있겠냐며 극도의 긴장상태를 보입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자 그는 그야말로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 피아노 앞에서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그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노래로 관객들도 함께 날아가버립니다.

 

이게 바로 영국의 락앤롤이다!!!

 

그 인상적인 공연을 보고 있던 한 남자. 그는 미국의 음악 매니지먼트 일을 하던 '리드'라는 남자였습니다.

 

마성의 남자 리드...

 

공연 후에 뒤풀이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게 된 엘튼과 리드. 결국 그날 밤 몸의 대화(?)까지 나누게 되고 엘튼은 그 잘생긴 미국 남자에게 푹 빠지게 됩니다. 리드는 단순 엘튼의 남자 친구 역할만 하지 않았습니다. 매니지먼트 일을 하던 사람답게 당연히 엘튼 존의 음악 활동에 깊이 관여하기 시작하는데요, 영국인이었던 엘튼이 미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는 데에는 리드의 역할이 컸습니다. 엘튼은 스타일리쉬해지기 시작했고(화려한 복장과 아이웨어는 이때부터 점점 강렬해지기 시작합니다.)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20대 중반에 이미 백만장자가 되어버린 엘튼은 더 이상 수줍은 소년이 아닌 야망을 품은 남자가 되어갑니다.

 

미국물을 제대로 먹은 엘튼 존.

 

이 무렵 엘튼이 초기 활동을 도왔던 영국의 음반사 사장 딕과의 마찰도 커집니다. 미국의 리드가 더 엘튼의 마음을 빼앗아버렸기 때문에, 엘튼은 미국 시장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아무튼 빠르게 성공한 엘튼은 떳떳한 모습으로 친아버지를 찾아갑니다. 십수 년 만에 만난 아버지. 그는 새 가정을 꾸리고 새 아들들을 낳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에게는 한 번도 사랑을 베풀지 않았던 아버지가 새 가정에서 자식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모습을 보자 엘튼은 커다란 상실감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공연을 앞두고 엄마에게 전화하는 엘튼 존. 그는 눈물을 흘리며 엄마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걸 굳이 말하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엄마에게도 실망하는 엘튼 존. 냉정한 엄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외로운 길을 네가 선택했잖아. 넌 영원이 사랑받지 못할 거야."

 

난 영원히 사랑받지 못한다고...?

 

엄마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엘튼은 그야말로 불안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 무렵 리드 역시 예전과 달리 오직 비즈니스만 생각하는 모습으로 본색을 드러냅니다. 그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엘튼은 술과 마약에 빠져듭니다.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화려한 의상을 선보이는 퍼포머였지만, 그것은 화려함으로 자기 자신의 초라함을 감추려는 심리였을 겁니다.(실제로 그는 외모 콤플렉스도 심했습니다.)

 

백만장자 엘튼은 LA의 저택에서 생활합니다. 지인들과 가족들도 초대해 파티가 늘 열렸지만, 그는 어울리지 못하고 방에 틀어박혀 술과 마약에 의존합니다. 그리고 수영장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죠.(그는 삶에서 크게 두 번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정말 불안정한 삶이었죠.)

 

엘튼의 상태가 갈수록 심각해짐을 느낀 작사가 친구 버니는 그에게 휴식을 권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닫았던 엘튼은 그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렇게 둘의 우정에도 잠시 금이 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자신을 이해하는 한 여성(레나타)을 만나 갑자기 결혼을 합니다. 이것은 게이로 소문이 난 엘튼이 언론과 대중들에게 일종의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엘튼 자신도 남성이 아닌 여성과 가정을 꾸림으로써 삶의 안정을 도모해보고자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정된 일처럼, 그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하고 말죠. 엘튼은 다시 한번 마음의 문을 굳게 닫습니다.

 

엄마와도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았고, 오랜만에 찾아온 버니와도 화해는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엘튼은 마음속으로 후회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나약해질 대로 나약해진 엘튼 존은 약물 중독이 갈수록 심해져서 결국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매니저인 리드는 무리하게 공연 스케줄을 잡으며 그를 계속 이용합니다. 결국 엘튼은 무대에 오르기 전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은 채로 택시를 잡아 탑니다. 약물 중독 재활 치료 병동에 가기로 결심한 겁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엘튼 존.

 

영화의 시작 장면처럼, 병동에서 엘튼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을 차츰 회복하게 됩니다. 이때도 결국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친구는 버니였습니다. 그야말로 형제와도 같이 그를 늘 지지해준 사람이었죠. 재활 중에 있던 엘튼에게 버니는 젊은 시절처럼 가사를 주며 노래를 붙여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그의 건재함을 알리는 곡 I'm still standing이 울려 퍼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실제로 현재는 모든 중독에서 벗어난 엘튼 존. 그와 50년의 우정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버니. 엘튼 존은 에이즈 재단에 기부를 하고, 사랑하는 남자 데이비드를 만나 결혼도 했습니다. 대리모를 통해 낳은 자녀도 둘이나 있습니다.)

 

영화 로켓맨 포스터.

 

영화를 통해 그의 음악과 삶을 만나니 참 반갑고 좋았습니다. 그의 수많은 명곡들에 몸을 들썩이며 봤습니다. 테런 애저튼의 연기와 분장은 정말 엘튼 존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그의 노래 역시 꽤 잘 소화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엘튼 존 특유의 비음 섞인 카랑카랑한 소리가 얼추 비슷하게 표현되었습니다. 화려한 무대 의상과 소품의 퀄리티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테런 에저튼. 좋은 캐스팅이었다.

 

아쉬운 점은 각본입니다. 엘튼 존만큼 삶의 곡절이 많은 사람을 주제로 삼았다면 더 깊이 있는 각본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깊이가 실존 인물의 삶에 비해 너무 얕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로켓맨은 동시대를 살았던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어쩔 수 없는 비교대상이 될 것 같은데, 그에 비해 각본의 힘이 약하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비교적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의 어두운 삶의 우울한 면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만만치 않은 불안정한 삶을 산 엘튼 존인데, 그에 대한 표현이 너무 얕다는 느낌?)

 

현대 문화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엘튼 존의 삶. 어쩌면 그의 삶이 워낙 방대한 이야깃거리인 데다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한 영화 안에 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겁니다. 짧게나마 그의 삶을 조명한 영화라는 점에서 반갑고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음악을 추억하는 세대부터, 그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까지 모두가 즐겁게 볼 만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동성애 코드에 대해 당황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미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편견 없이 그의 삶과 사랑을 받아들인다면 더 좋은 감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후노스 별점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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