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도 경지에 오르면 예술이 됩니다.(영화 '헤이트풀8’/쿠엔틴 타란티노)

후노스 리뷰/영화 리뷰|2019. 5. 28. 00:30

저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B급 문화에 열광하는 편입니다. 어릴 적부터 뭐든 쉽게 질리는 편이고 식상하거나 고루한 것을 싫어하며, 새롭고 참신한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넘치는 영역은 언제나 기존의 A급 문화보다는 늘 변화되는 B급 문화의 안쪽이었습니다.

 

과거 B급 문화 예술은 기성 문화 권력층의 강한 제지와 멸시를 받아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대중매체의 보급 그리고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언제나 B급 문화 콘텐츠에 열광하는 마니아층은 두터워져 갔고, 점점 대중들의 관심도 끌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B급 문화 콘텐츠들이 기성 문화예술의 영역을 완전히 역전하지는 못했지만, (그럴 이유도 없지만) B급 정서를 다루는 감독의 작품이 주요 영화제를 휩쓰는 등 모두의 인식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도 기존의 정통성을 거부하는, B급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 작품인데요, B급 감독에서 이제는 누가 뭐래도 거장감독이라고 부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 입니다.

(장르 - 서부, 액션, 스릴러/ 2016.01.07. 개봉/ 167분/ 미국/ 청소년 관람불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4238

 

헤이트풀8

레드 락 타운으로 ‘죄수’를 이송해가던 ‘교수형 집행인’은 설원 속에서 우연히 ‘현상금 사냥꾼’, ...

movie.naver.com

 

 

미국의 남북전쟁 직후, 레드 락 타운으로 '여죄수'를 이송해가던 ‘교수형 집행인’은 설원 속에서 우연히 ‘현상금 사냥꾼’, ‘보안관’과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센 눈보라를 피해 산장으로 들어선 4명은 그곳에 먼저 와있던 또 다른 4명, ‘연합군 장교’, ‘이방인’, ‘리틀 맨’, ‘카우보이’를 만나게 됩니다. 
  
 큰 현상금이 걸린 ‘죄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에게 ‘교수형 집행인’은 경고를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참혹한 독살 사건이 일어나고 맙니다. 각자 숨겨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서로를 향한 불신이 커져만 가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밤은 점점 깊어갑니다.

 

하얀 설원의 마차처럼 뜨겁게 질주하는 이 영화의 끝은 과연 어디...?

이 영화의 초반부(라고 하기엔 정말 긴 1시간 30분가량...)는 타란티노 특유의 수다스러울 만큼 빼곡한 캐릭터들 간의 대화 장면이 주를 이룹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두고 쓸데없이 길고 지루하다고 표현하지만, 하나하나 장면과 대사를 곱씹어보면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장치로써, 캐릭터들에 대한 직 간접적인 설명은 물론, 극 전체를 후반부의 서스펜스로 끌고 가는 중요도를 지닙니다.(타란티노 감독은 '킹 오브 테이블 토크'라고도 불립니다. 테이블과 두 세명의 등장인물, 그리고 총과 나이프만 있으면 감독은 언제든지 끝장나는 서스펜스를 만들어버립니다.)

 

'킹 오브 테이블 토크' 타란티노 감독이 또 한번 미칠듯한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그리고 영화는 어느새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감독은 서부극, 추리물, 액션, 스릴러 등 여러 장르들을 그만의 화법으로 뒤섞어버리고 변주하며 관객들을 무아지경으로 몰고 갑니다. 정말 몰입해서 보고 있자면 손에 땀이 나는 것은 물론 극도로 긴장을 해서 몸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결국 나의 예상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임을 깨닫고 무방비상태가 되었을 때도 영화는 질주를 멈추지 않습니다.

꼭! 직접 영화를 감상하시고 이 질주의 끝을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정말 존재감이 대박인 '도머구'
'현상금 사냥꾼' 역을 맡은 '사무엘 엘 잭슨'

 

배우들의 연기도 누구 하나 뺄 것 없이 대단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가 연기한 '도머구' 입니다. 아마 동시대 어느 영화해서도 쉽사리 접해보기 힘든 여성 캐릭터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감독의 대표작 '장고'에도 출연했던 '사무엘 엘 잭슨'의 연기는 뭐... 타란티노 영화에 정말 안성맞춤이다 할 만큼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품에 너무나 잘 녹아들고 있고요, 저수지의 개들에도 출연했던 '팀 로스'도 출연하여 멋진 연기를 보여주어 개인적으로 참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다 개성 있고 살아있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 이전에 각본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직접 각본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번 작품도 그만의 독특한 서사, 기존의 정공법을 전혀 모른다는 듯 혹은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비틀어 이용하는 치밀한 각본을 만들어냈습니다. 정말 천재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이야기나 메시지로 감동을 주는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물론 다른 영화적 요소에서 소름이 돋을 만큼 감동을 줍니다만...) 대놓고 오락영화가 맞습니다. 너무도 잘 만든 B급 오락영화라서, 찬사를 받아 마땅한 작품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영화가, 그리고 예술이 언제나 고상하고 진지한 목적만을 위해 행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은 이미 웬만큼 알려진 사실이지 않습니까?

 

러닝타임이 많이 길지만, 그 값을 하고도 남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각본, 연출, 연기, 카메라, 음악, 미장센... 정말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마스터피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답게 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장면이 많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마니아라면 무조건 봐야 하는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후노스 별점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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