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노프(jeebanoff) 섬세한 감정을 노래하는 알앤비 뮤지션 (소금(sogumm)/'We(OUI)' 그리고 'B.T.N')

후노스 리뷰/음악 리뷰|2019. 5. 28. 10:53

R&B. 그 이름부터 뭔가 멋이 있었습니다. 그 멋을 일찍이 알아차린 한국의 뮤지션들은 90년대 들어 그 장르를 한국의 정서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해왔습니다. 그러나 R&B라는 장르는 단지 기교적으로 쉴 새 없이 꺾기만 한다고 되는 음악이 아니었고, 변주보다는 변용 혹은 아주 변종에 가까운 음악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기괴한 사실은 이런 음악이 꽤나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2000년대 당시 한국에서 성행했던 미디엄 템포 발라드 음악(자신들이 규정했을 뿐 과연 그 음악이 진정 R&B였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은 평론가들 사이에서 '한국형 변종 알앤비'로 불리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인정할 만한 알앤비 앨범이나 뮤지션은 솔직히 손에 꼽습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디어와 유튜브의 발달 덕인지, 많은 신인 뮤지션들은 이전의 변종 알앤비와는 다른 본토에 가까운 멋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마저도 초기에는 변종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씻을 수 없었지만, 점점 본토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퀄리티의 멋진 음악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KR&B라는 이름이 더 이상 저품질의 변종 알앤비가 아닌 그 자체로 R&B씬의 신선한 대안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는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R&B 뮤지션인데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런 마니아층이 두터운 뮤지션입니다.

등장하자마자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주인공, 오늘의 뮤지션은 바로

 

'지바노프' 입니다.

 

섬세한 감정을 노래하는 뮤지션 지바노프.

 

2016년 첫 싱글 앨범을 내며 데뷔한 실력파 보컬 지바노프는 등장과 함께 평단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바노프는 2017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 수상은 물론 2017 한국 힙합 어워즈 ‘올해의 과소평가된 앨범’의 주인공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지바노프는 남자 보컬이지만 굉장히 중성적인 미성을 갖고 있는데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소찬휘의 Tears를 원키로 소화하는 장면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그런 목소리와 어울리게 아주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해내는 R&B 스타일의 기교를 선보입니다. 잔잔하지만 예리한 날이 살아있달까요?

 

또한 지바노프는 자신의 노래에 직접 자전적인 가사를 주로 쓰는데, 우리의 연애와 삶이 그렇듯 마냥 예쁘기만 한 가사가 아니라 오히려 처절함에 가까운 감정들로 이루어진 노랫말이 주를 이룹니다.

 

그런 그가 최근 싱글을 발표했습니다. 제목이 We(OUI)인데요, 이번에도 그의 특징과 장점이 잘 살아있는 트랙입니다. 게다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보컬이 요즘 떠오르는 뮤지션 ‘소금’(sogumm)입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hVuwoEyD6fc

jeebanoff(지바노프) - We (OUI) (feat. sogumm) official M/V

홍콩에서 촬영된 뮤직비디오의 영상미가 아주 제 취향입니다... 색감 하며 프레임, 카메라 워킹까지 음악과 잘 어우러져서 아주 맘에 드는군요. 그리고 지바노프와 소금의 목소리가 서로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앗 그러고보니 지바노프가 올해 초에 냈던 싱글 B.T.N (Better Than Now)와 비슷한데... 알고보니 이번 싱글은 지난 싱글과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입니다! 어쩐지 B.T.N뮤직비디오의 맨 마지막에 예고편같은 짧은 영상이 붙어있더라니... 모두 기획 단계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en_SN5TEMI

jeebanoff (지바노프) - B.T.N (Better Than Now) Official M/V

(이별의 모습을 담고있는 B.T.N 뮤직비디오 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We(OUI)의 시점은 B.N.T 이전 시점 그러니까 헤어지기 전의 상황이고요.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이해하면 될듯합니다!)

 

 

지바노프는 이번 싱글 We(OUI)에는 소금(Sogumm)과 합을 맞춘 듀엣 트랙만이 아니라 솔로 트랙도 함께 수록했습니다. 우선, 지바노프는 두 트랙에서 공통으로 권태를 느끼는 상대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이유를 하나둘씩 되짚어 봅니다. 그리고서는 후렴구를 통해 만약의 상황을 가정, 되돌릴 수 없는 관계에 회의를 드러냅니다. 그런데 소금의 파트에 접어들면 소금 특유의 흩날리는 듯한 보컬 스타일과 연인에게 확신을 가지자고 말하는 가사가 지바노프의 무드와 대조적으로 다가와 트랙의 묘한 긴장을 유발합니다. 재미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음악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참신한 기획까지도 세심하게 프로듀싱하는 멋진 뮤지션 지바노프였습니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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