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숨겨진 설정 대한 심층 분석(스포일러 당연히 포함!)(수석, 인디언, 그림, 물의 의미)

얼마 전 감상했던 영화 기생충. 영화에 대한 줄거리와 감상평을 2편에 나누어 포스팅했었는데요,

그때는 관람하고 바로 작성했던지라, 감상평에 있어서 다소 충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특별히 한번 더 포스팅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리뷰 3회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영화 진행 순서에 상관없이 떠오르는 대로 작성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이 영화에서는 보통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사랑에 대한 묘사나 표현이 전무합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기우가 다혜와 가지는 관계는 결코 사랑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기우가 신분상승을 위한 다리로써 다혜를 이용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 겁니다. 박사장과 연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둘은 사랑해서 결혼했겠지만, 영화 내용 안에서는 결코 사랑(육체적인 것 빼고)을 표현하거나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기택이 박사장에게 '부인을 사랑하시죠?'라고 물어도 박사장은 순순히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간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며, 이 영화에서 사랑이라는 고결한 감정을 절대 이야기의 중심으로 가져오지 않겠다는 감독의 결연함이 보였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절대 사랑이야기가 아니고 될 수가 없는 것이죠. 지금까지 많은 영화(김기영 감독의 하녀 충녀 시리즈)가 으레 그러했더라도 완전히 다른 노선을 타고 있는 겁니다. 본능을 따르지 않고 철저히 이 시대의 경제능력에 따른 위계질서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2. 이 영화에서 물이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특히 자연재해. 자연재해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공평한 재난이라는 상징성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조차도 빗겨나가 버립니다. 박사장의 부인인 연교는 폭우가 쏟아서 캠핑장에서 돌아와야 했으나, 다음날 아무런 데미지 없이 아들 다송의 가든파티를 준비합니다. 간밤에 저 아래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재난 대피소에서 서로 필요한 물품을 얻기 위해 아우성이었는데 말이죠. 연교는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가 너무 좋다며 전화위복이라는 사자성어를 입에 올립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죠. 공평한 고난을 상징하는 물 조차도 이 시대에는 동등하게 적용받지 못하는 겁니다.

 

3. 다송은 보이스카웃 같은 활동을 했기에, 모스부호를 해석할 수 있을 거라고 영화상에서 알려줍니다. 하지만, 다송은 집에서 근세가 보낸 SOS 신호, 전구의 깜빡임을 보고도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합니다. 이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첫째. 해석했지만 다송의 부모가 무관심했다.(이는 곧 상류층의 태연자약한 여유로움을 설명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다송은 사실 해석할 줄 모르고(아직 모스부호가 익숙지 못해서) 공책에는 아무렇게나 받아 적고 잠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번째 해석에는 덧붙여서, 기우는 후에 아버지 기택의 모스부호 편지를 매우 꼼꼼하게 해석합니다. 이는 결국 같은 계층 간에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반대로 다송은 이미 상류층의 자녀이기에 SOS 신호를 읽지 못한다는, 즉 아무리 처절하게 소통을 갈구해도 결코 넘지 못하는 선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연출이 아닌가 하는 해석입니다. 설령 최 연소 등장인물이라 할지라도 다송은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근세와 같은 하류층 사람과는 아예 소통 조차 할 수 없다는 명징한 선을 보여준 겁니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셋째. 다 해석했지만 절실하게 부모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아무리 어려도 상류층 특유의 손 내밀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이건 너무 극단인가...?)

 

4. 아래의 포스터에는 4인 가족 2팀과 문광 근세 부부까지 다 나온다.(문광은 다리, 근세는 다송이 그린 그림으로!)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인 수석, 케이크, 인디언 화살과 텐트까지 다 나온다. 징글징글한 디테일...)

 

영화를 함축시켜놓은 포스터였네...

5. 충숙이 운동선수 출신이었다는 설정은 기택이 그만큼 무능한 남편이라는, 물리적인 힘에서 조차도 기세를 펼칠 수 없는 아무런 힘이 없는 남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마지막 장면에서 근세를 제압하는 역할은 기택이 아닌 충숙이었습니다.

 

6. 수석은 진짜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간에 물난리가 났을 때 기우가 물 위에 수석을 들어 올리는 장면에서, 둥둥 떠있습니다.(진짜 돌이면 가라앉겠죠?) 이것은 가짜 돌이었을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또한 마지막 씬에서 기우는 근세에게 확인사살로 두 번이나 돌에 머리가 찍히지만, 기우는 뇌수술을 했을 뿐 살아납니다. 아마 속이 텅 비어있는 가짜 돌이었을 겁니다.

 

7.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 돌이 상징하는 바는 꽤나 묵직한 것이었는데, 바로 '계획', '꿈', '부'와 같은 것을 상징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텅 빈 가짜'라는 점. 아,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니 봉준호 감독이 이 소품에 대해서도 얼마나 디테일한 설정을 담아냈는지....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텅 빈 계획, 텅 빈 꿈, 텅빈 부.

 

 

8. 박사장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부자 입니만 아마 IT계열 벤처기업 사장으로 스스로 일구어낸 결과로써 부를 거머쥔 워커홀릭일 겁니다. 이 부자에 대한 설정은 기존의 영화에서 흔히 봐왔던 재벌 2세라던지, 부당한 방식으로 부를 취한 세대와는 차별된 캐릭터성을 보여줍니다. 그는 성실하고 잘 나가는 남자일 뿐입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인 것이죠.(이 영화에서 박사장 가족을 마치 악의 축으로 보는 시선이 간혹 보여서 답답해서 올린 말씀입니다... 이 영화에서 절대 악 절대선은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러하듯요.)

 

9. 기정의 죽음. 이는 그 자체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기정은 기택의 집안사람들 가운데 가장 그 사람들 답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즉 상류층에 어쩌면 가장 쉽게 섞일 수 있을 만한 톤 앤 매너를 갖춘 인물이 기정이었죠. 실제로 기택 가족이 박사장네 집에서 하루 동안 자유롭게 기거하던 날 장면에서, 기우는 기정이 스파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와 진짜 자연스럽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마치 원래 태생적으로 부자인 것처럼 잘 어우러진다는 겁니다. 그런 기정이 결국 가장 비극적인 결말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는 정말 잔혹하리만치 선을 긋는 영화의 엄중한 목소리입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절대 희망을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실을 있는 그대로, 아니 더 극적으로 낱낱이 보여줍니다. 그 선을 넘어 정착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죠.

 

10. 부잣집 아들 다송이 인디언 마니아라는 것은 참 재미나면서도 소름 돋는 설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인디언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세워지기 위해 그 존재는 지워져야 했죠. 그리고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은 도리어 그 인디언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상품으로 팔고 있습니다. 연교는 인디언 소품들이 '미제'라고 설명합니다. 얼마나 소름 돋는 공포입니까. 다송은 그런 서사도 모른 채 인디언 소품을 그저 장난감 삼아 놀고 있는 겁니다. 부자들이 유희하는 방식은 때로 너무 무지하여 두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PS.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이렇게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것도 오랜만이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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