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다 거짓말이었어" ('맨 프롬 어스')

후노스 리뷰/영화 리뷰|2019. 5. 26. 10:50

여러분은 정말 철석같이 믿었던 것들이 산산조각 나는 경험을 해보셨습니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일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믿었던 사람, 친구나 애인 또는 가족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일도 있겠고요, 정부나 종교에 대한 신뢰, 이념 같은 것들이 무너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특히 신념이라는 것이 무너지면 사람은 정말 견디기 힘든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요, 단순히 믿었던 사람 한 명을 잃는 것과는 달리 우리의 신념이 무너지는 것은 나 자신의 신념체계에 대한 의심과 실망, 지나온 나날들에 대한 허무함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영화는 그런 상황을 정말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후노스 영화 리뷰, 오늘의 영화는

 

데이빗 리 스미스 주연,

 

리처드 쉔크만 감독의

 

'맨 프롬 어스'입니다. 

(장르 - 드라마, SF/ 2015.08.23. 개봉/ 87분/ 미국/ 12세 관람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8690

 

맨 프럼 어스

10년간 지방의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중에 종신교수직도 거절하고 돌연 이사를 가려는 존 올드맨 (...

movie.naver.com

 

SF 영화는 처음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잘 안 보기도 하고요...

 

하지만 오늘 영화는 공상적인 주제를 굉장히 그럴듯한 상황으로 보여줍니다.

 

10년간 지방의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중 돌연 이사를 가려는 주인공 '존'(데이빗 리 스미스)은 그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집요하게 추궁하는 동료들이 마련한 환송회에서 갑자기 폭탄선언을 합니다. 황당하게도 그것은 바로 자신이 14,000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이라는 고백입니다.

 

그는 매 10년마다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채기 전에 다른 신분으로 바꿔 이주해왔고 이 곳에서도 10년을 채웠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이동하면서 역사 속 많은 인물들과 사건에 관여했다고 주장합니다.

 

인류의 시초부터, 역사에 기록된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경험한 것은 물론 몇몇 인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고 말하는 존.

 

 

처음엔 농담인줄로만 알았지...

 

처음엔 그저 농담으로 생각하던 교수들이 차츰 질문을 던지고, 존이 논리적으로 답변을 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인 동료 교수들은 그의 주장에 점차 신빙성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점차 혼란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 그가 자신이 부처의 가르침을 중동에 전하려다 본의 아니게 예수가 되어버렸다고 하자 존의 주장에 수긍해 주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동료는 크게 분노하게 됩니다.

 

이건 신성모독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의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정연함에 동료 모두들 괴로워하자 그런 동료를 위해 존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얘기가 다 거짓말이었다고 말합니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되자 조금 전까지 믿을 수 없다며 부들거리던 사람들이 그제야 안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그것이 설령 거짓이라 할지라도 그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믿고 싶은 것을 믿고, 보이는 대로 보려는 인간의 습성이겠지요.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했을 때, 차라리 누군가 거짓말이라고 해줬으면 하는 심정이 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옳다고 말하긴 힘든 것 같습니다. 물론 거짓은 대부분의 경우 좋지 못하며, 진실을 밝혀내는 작업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설령 거짓이라 할지라도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신의 신념 체계 안에서 행복하다면, 그 사람의 행복을 굳이 부숴버릴 이유가 있을까요? 그 거짓 신념으로 인해 당장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행복하다면 말입니다. 알게 모르게 이런 일들은 우리 실생활 곳곳에 흔히 깔려있습니다.

그는 정말 신이었던 걸까...?

어쨌든 존의 동료들이 다 떠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정말 다 거짓말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는 정말 신이었던 걸까요? 이 이후의 이야기는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제한된 공간, 적은 수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영화는 항상 시나리오와 각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제한된 틀을 가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배경은 변화가 없지만 이야기 자체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결말이 너무도 궁금해지기 때문에 중간에 끊을 수가 없는 것이죠.

 

8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체감 시간은 더욱 짧게 느껴지는 흡입력이 좋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속편도 나왔고, 드라마도 제작된 것으로 아는데요, 제일 처음 나온 이 작품이 가장 호평을 받았습니다.

 

색다른 이야기의 영화를 보고싶으신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종교적으로 민감하신 분들에게는 불편할 요소가 살짝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후노스 별점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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