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둠 뒤에는 언제나 위대한 빛이 있어요." (영화 '마카담 스토리')

후노스 리뷰/영화 리뷰|2019. 5. 24. 12:37

여러분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십니까? 사실 저는 혼자 살기 이전까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크게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애인이 있을 때건 없을 때건, 딱히 외로움에 사무쳐 몸부림쳐본 기억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삼십 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독립을 시작한 저는 종종 외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인간은 원래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안녕하세요 후노스 영화 리뷰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도 이런 삶의 당연한 외로움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프랑스 영화는 처음 소개해드리는 것 같은데요, 오늘의 영화는

 

이자벨 위페르, 마이클 피트 주연

 

사무엘 벤체트리트 감독의

 

'마카담 스토리'입니다.

(장르 - 드라마/ 2015.12.24. 개봉/ 100분/ 프랑스/ 12세 관람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9488

 

마카담 스토리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싶어요’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수리비를 내지 않아 엘리베이터 타는 것이 금...

movie.naver.com

 

 

영화는 프랑스의 어느 허름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합니다. 워낙 오래된 아파트라 엘리베이터가 낡아서 새것으로 교체하자는 주민들의 의견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반대하는 입장의 남자가 나타나는데요, 그는 2층에 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사실상 필요 없고, 그 돈을 나눠 내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돈을 내지 않았고, 그에게는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처분이 내려졌는데요, 얼마 뒤 그는 어쩌다 다리가 마비되어 휠체어 신세가 되고 맙니다. 참 우습지만 슬프게도, 누구보다도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입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그는 새벽에 몰래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식료품을 구하는 등 야행성 활동을 펼치는데요, 그러다가 어느 병원 건물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한 간호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완벽한 타인에서 점점 서로를 알아는 두 사람.

 

또 이 아파트에는 일찍 엄마를 잃은 소년이 살고 있습니다. 이 소년의 옆집에는 중년의 한물간 여배우가 살고 있는데요, 그녀 역시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은 같이 영화를 보고, 카메라로 연기를 찍으면서 나이를 초월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용기와 위안을 주고받는 관계가 됩니다.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는 두 사람.

 

또 다른 집에는 아랍계 아주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그녀에겐 아들이 하나 있는데, 정신질환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한 미국인 우주비행사가 하필 그녀의 집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미국까지 돌아가기 위해 그는 그동안 그녀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되고,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그녀는 밥과 빨래를 해주며 그를 아들처럼 거두어 줍니다.

 

만남은 헤어짐과 달리 언제나 이렇게 이유 없이 시작된다.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아파트의 칙칙한 색깔처럼 저마다 외로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만남'을 통해 그들은 아스팔트(이 영화의 원제는 '아스팔트'입니다.) 같은 삶 속에서 별빛 같은 빛줄기 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랍계 아주머니가 미국인 우주비행사에게 우주에 대해서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별을 하나의 구멍이라고 봤어요.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신들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했죠. 모든 어둠 뒤에는 언제나 위대한 빛이 있어요."

 

 

우리의 삶에는 늘 슬픔이나 외로움과 같은 그림자가 깔려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냥 밝고 행복하기만 한 인생이 과연 세상에 있겠습니까? 누구나 저마다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며, 자신의 아픔이 가장 아픈 것이 또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모든 어둠 뒤에는 빛이 있습니다. 그것도 위대한 빛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어둠보다 먼저 그 자리에 늘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화 마카담 스토리.

이 영화에는 맥거핀(의미심장해 보이지만 결국 알고 보면 특별한 의미가 없는 장치.) 같은 것이 있는데요, 아파트 주민들 모두가 들을 만큼 큰, 알 수 없는 소음입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듣고 아기 울음소리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호랑이 울음소리, 아니면 귀신 소리라고 말합니다. 그 소리의 실체는 영화 마지막에 밝혀집니다만, 저는 이 장치를 굳이 넣은 것이 단순히 맥거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외로움은 실체가 없습니다. 그것의 원인은 있을 수 있지만 외로움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들은 모두 무형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칫 그것을 잘못 바라보게 될 수 있습니다. 실체가 없는 것들은 그것을 인식하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작은 개미가 될 수도, 무시무시한 괴물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체가 없는 외로움에 너무 큰 이름을 붙이지 말라는 것. 그것은 단지 지나가는 소음에 불과하며, 실제와 상관없는 두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는 판에 박힌 이야기처럼 들리실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에서 알 수 없는 소음이라는 장치를 넣은 것은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저도, 글을 쓰면서 생각을 다시금 정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위안을 받게 되기에 건물 벽 바깥으로 나가서 우연한 만남과, 의도적인 만남들을 통해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기회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알 수 없는 소음도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두려운 상상들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겠지요. 설령 그런 소리가 들려오더라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귀신도, 괴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화 마카담 스토리.

 

출연한 배우들만 보아도 믿고 보실 만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비유와 상징들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요, 영상의 색감이 전반적으로 무채색인데, 그것이 주는 분위기도 굉장히 좋습니다. 무엇보다 그 회색빛 아파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휴머니즘이 너무 좋으니까요, 드라마 장르의 작품성 있는 프랑스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후노스 별점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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