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이 칼처럼 심장을 찌르네요.” (다시보기 힘들 영화 ‘가버나움’)

후노스 리뷰/영화 리뷰|2019. 5. 22. 09:48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로써는 결혼은 몰라도 아직 부모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데요, 아직 한 아이의 보호자가 되기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무런 책임감 없이 무턱대고 아이를 낳는 부모도 참 많습니다. 물론 임신과 출산이 자연의 순리라고는 하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무 계획도 생각도 없이 자녀를 갖는 것은 정말 몰상식한 짓이라는 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부모가 되는 일의 무게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이 영화를 보고 감정의 울림이 정말 클 것 같은데요,

 

오늘의 추천영화는

 

‘나딘 라바키 감독,

 

‘자인 알 라피아’ 주연의

 

‘가버나움’입니다.

(장르 - 드라마/ 2019.01.24. 개봉/ 126분/ 레바논 외/ 15세 관람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4830

 

가버나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어쩌면 1...

movie.naver.com

 

중동의 한 작은 국가 레바논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그 나라의 현실적인 문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출생신고도 되지 못한 소년, 어린 나이에 팔려가듯 시집가는 소녀, 열 살도 채 안된 나이로 길거리에 나서서 장사하는 아이들, 노숙자들, 불법체류자들 등... 영화의 시나리오는 픽션이지만 정말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만큼 현실적인 연화였습니다. (사실 이 정도 현실 반영이라면 현실에 기반을 둔 ‘펙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영화 가버나움에서 자인 역을 연기한 배우 자인.

 

주인공은 배우의 이름과 같은 ‘자인’입니다. 이 영화가 실제 배우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것은 아니지만, 배우 '자인 알 라피아'는 실제로 빈민가의 소년이었습니다.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촬영에 임하게 된 소년 자인은 그야말로 연기가 아닌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배우 자인에게 “첫 영화인데 촬영 중 힘든 점은 없었느냐”라고 묻자 “조금도 힘들지 않았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의 이전 현실과 비교하면 촬영은 힘든 일도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더 가슴이 먹먹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극 중 자인은 자신의 부모를 고소했습니다. 이유는 자신을 태어나게 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에서 강하게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문구가 바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아프다 못해 정말 쥐어짜는 듯 무거운 상태가 되어버렸는데요, 위에 저 대사만이 아니라 자인이 뱉는 대사들은 정말 그 나이 때에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인생이 개똥이예요. 내 신발보다 더러워요. 인생이 X 같아요.”

 

“나도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사랑받고 싶었어요. 하지만 신은 그걸 바라지 않아요. 우리를 짓밟을 뿐이죠.”

 

“부모임을 고소하고 싶어요. 날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니까.”

 

“부모님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 주세요. 뱃속의 저 아이도 태어나면 나처럼 살 거잖아요.”

 

기억을 되짚어가며 대사를 적는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사실 관람 당시에도 한숨을 몇 번이나 쉬고, 참고 참다가 결국 후반부에서는 눈물을 왕창 쏟아버렸답니다. 정말 슬프고 아픈 영화입니다.

 

 

하지만 꼭 보셔야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만 오락적인 쾌락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표면적으로만 알았던 중동의 현실을 영화로나마 두 눈으로 보게 된 점이 좋았습니다. 보는 내내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해서 마음이 참 힘들기는 했습니다만, 부모가 되는 일의 책임에 대해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고요, 우리 주변에 낮은 곳들을 잊지 말고 현재 주어진 내 삶에 정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습니다.

 

살다보면, 우리의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는 경험을 주는 영화를 만나게 된다. 그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직 이 영화 보지 못하신 분들 계시다면, 도저히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이 소년 자인의 삶을 스크린을 통해 잠깐이나마 함께 따라가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지난달에 검색을 통해 가버나움 상영관을 찾아서 직접 극장에 가서 보았습니다. 다시 보기 너무 힘들 영화였지만, 동시에 언젠가 꼭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도 서울에는 몇몇 독립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니, 꼭 극장에서 관람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럼 저는 다음에도 감동을 주는 영화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후노스 별점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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