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는 돈이 다리미야, 구김살을 쫙 펴줘."(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리뷰 1부. 줄거리와 결말)(스포일러 포함!)

후노스 리뷰/영화 리뷰|2019. 5. 30. 22:00

드디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평일 낮시간임에도 상영관 내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그만큼 화제의 작품이긴 한가 봅니다.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외에는 굳이 사전 조사를 하지 않고, 최대한 '심플하고 조용하게' 다녀왔습니다!

(이번 리뷰는 분량이 많은 관계로 총 2부로 나누어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럼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리뷰를 시작합니다!

(장르 - 드라마/ 2019.05.30. 개봉/ 131분/ 한국/ 15세 관람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1967

 

기생충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

movie.naver.com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이니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다면 영화를 보신 후에 읽어주세요!)

 

 

영화의 첫 장면은 반지하방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깥 골목길의 풍경입니다. 전봇대 아래에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하고, 그 옆에서는 고양이와 취객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는 골목입니다. 사람들의 발아래, 반지하에 사는 4인 가족이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엄연히 한 가족이 살아가는 집.

 

'봉테일'이라는 별명에 맞게 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정말 징글징글한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세트와 소품에 대한 표현은 정말 실제로 어느 빈곤한 가정이 살아가는 집을 그대로 촬영한 듯 디테일합니다. 이런 시각적 요소들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상황 설정에 대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몰래 이웃집의 와이파이를 훔쳐(?)다 써왔지만, 비밀번호가 걸려 더 이상 무료 와이파이를 누리지 못하게 된 상황, 피자집의 피자박스를 접는 부업이 유일한 수입원인 일가족의 모습, 밥상 위로 굵직한 곱등이가 기어 다녀도 놀라지 않고 손가락으로 튕겨 날려버리는 기택(송강호)의 모습 등 그야말로 현실감 넘치는 빈곤층을 묘사합니다.

 

 

징글징글한 화장실 소품 디테일...
'피자시대' 박스를 접는 기택과 그의 가족.

그러던 어느날 기택의 집에 손님이 옵니다. 그는 이 집의 장남 기우(최우식)의 친구(박서준)로써 기우와는 달리 괜찮은 형편에서 자란 청년입니다. 친구 집에 놀러 오면서 선물(재물을 가져다준다는 수석)도 챙길 줄 아는 바람직한 청년이죠. 그는 유학을 떠나야 하는 관계로 친구인 기우에게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고액 과외 자리를 추천하는데요, 

 

수석이 범상치 않은 걸...?

 

기우는 그 집으로 찾아가 첫 수업을 진행하고, 사모 연교(조여정)의 마음에 들게 되어 정식으로 딸 다혜의 영어 과외 선생이 됩니다. 기우를 마음에 들어한 것은 연교 만이 아니었습니다. 첫눈에 다혜도 기우를 좋아하게 됩니다.

 

위조 재학증명서로 연교를 속이는데 어렵지 않게 성공. 기우는 모녀의 마음에 들게 되고...
엄마, 나 영어가 갈수록 재밌는거 같아요.(실제 대사 아님.)

 

이 집에는 막내 아들 다솜이 있습니다. 굉장히 산만하고 통제가 되지 않는 어린아이인데요, 연교는 자신의 아들 다솜이 미술에 재능을 보인다고 생각하여 미술 선생을 구하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기우는 그 자리에 자신의 여동생 기정을 추천합니다. 제시카라는 이름을 지어 사촌이자 과 후배라는 설정까지 붙여서 말입니다.(기정은 미대 출신 백수로써, 기우가 과외자리를 따내기 위해 필요했던 서울대학교 재학 증명서를 기막힌 솜씨로 위조해주기도 했습니다.) 기정은 기우 못지않은 말발과 연기력으로 연교의 혼을 쏙 빼놓고, 다솜의 미술치료 선생이 됩니다.

 

분명히 전생에 인디언이었을 다솜.
다솜이는 마음에 상처가 있어요. 미술 치료를 해야하는데... 좀 비싼데...

 

첫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려는데 그 집의 주인 박사장이 운전기사와 함께 집에 들어옵니다. 젠틀한 사업가 박사장은 미술선생 기정과 첫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운전기사를 시켜 집까지 바래다주도록 배려하는데요, 기정은 그 차를 타고 가던 중 머리를 굴려 뒷좌석 바닥에 자신의 속옷을 벗어 놓습니다. 박사장이 발견한다면 운전기사를 의심할게 뻔하니 그를 해고하고 새로운 수행기사를 뽑을 것이라는 점을 떠올린 것이죠.(기택 가족은 비록 빈곤하나 각자 능력이 뛰어나고 정말 똑똑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아니 차에서 하는게 그렇게 좋은가? 근데 왜 내 차에서...

 

김기사님 코너링이 아주 좋으시네~ 딱 내 스타일!

 

운전기사로 취직한 기택. 푸근한 인상과 입담을 가졌지만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모습에 박사장과 연교의 마음에 들게 됩니다. 박사장이 없을대는 연교의 운전기사 역할도 하게 되는데요, 기택 기우 기정이 힘을 합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계획합니다. 그것은 바로 그 집에 박사장 일가가 이사 오기도 전부터 가정부로 일했던 '문광'(이정은)을 내쫓으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기우 : '이 아줌마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실제 대사 아님 2.)

 

가정부 아줌마 문광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었습니다. 그점을 이용해 기우와 기정 그리고 기택은 그녀가 결핵환자인 것처럼 일을 꾸밉니다. 그리고 연교에게 은근히 그 사실을 알려서, 전염병 환자를 집안에 둘 수 없게끔 만듭니다. 귀가 얇은 연교는 늘 그랬든 심플하고 조용하게 일을 처리해, 가정부를 내쫓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당연히 기택의 처 충숙(장혜진)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대한민국 취업난을 뚫고, 4인 가족 전원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반지하에 사는 4인 가구는 박사장네 집에 전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만 같던 하늘과 땅, 아니 땅바닥 더 아래에 살던 가족이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 박사장의 아들 다솜의 생일날이 다가옵니다. 다솜은 인디언 놀이에 빠진 아이로써 아이의 취향을 고려, 가족들은 캠핑을 떠나기로 합니다.(부잣집 클라스.) 박사장 가족이 떠나 있는 동안 그 집 주인처럼 지내는 기택 가족. 마당에 드러누워 책을 읽고, 넓은 욕조에 누워 TV를 보며 스파를 즐기고, 소고기를 안주삼아 양주를 몇 병씩 비웁니다. 이때 기택은 이 집의 사모 연교를 칭찬합니다. 부자인데 순진하고 바보 같긴 하지만 마음씨가 착하다고 말이죠. 그러나 아내 충숙은 이렇게 말합니다.

 

"부잔데 착한 게 아니라, 부자니까 착한 거야. 이 시대에는 돈이 다리미야, 구김살을 쫙 펴줘."

 

시대가 흐름에 따라 빈곤층과 부유층에 대한 이미지나 인식 또한 변해가는 듯합니다. 실제로 비슷한 생각을 저도 했었으니까 말입니다. 부자라고 무조건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 크게 효력이 없는 듯합니다. 오히려 가난이 마음을 위축되게 만들고 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적응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것도 같습니다.

 

어쨌든, 실컷 먹고 마시며 즐기던 와중에 초인종이 울립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기택 가족. 현관에는 이전에 일했던 가정부가 비를 쫄딱 맞고, 흠씬 두들겨 맞은듯한 얼굴을 하고선 서있습니다. 지하실에 뭘 놔두고 가서 찾으러 왔다는 그녀. 수상하기 그지없지만, 충숙은 일단 그녀를 집 안으로 들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가족 희비극'의 비극에 해당하는 후반부로 들어섭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스포일러가 되겠습니다.)

 

 

지하실로 향하는 전 가정부 문광. 그녀는 그곳에서 커다란 진열장 하나를 온몸으로 밀고 있습니다. 충숙의 도움으로 그 진열장을 옆으로 밀어내자 모습을 드러내는 처음 보는 문. 숨겨진 문은 아무도 몰랐던 지하 벙커로 연결되는 문이었습니다. 캄캄한 계단이 꽤 길게 아래로, 아래로 이어지고 충숙은 처음 보는 공간에 빨려 들어가듯 따라 내려가게 되고, 그곳에는 약한 정신 이상을 앓는 남자(문광의 남편)가 병약한 모습으로 누워있습니다.(비밀 문을 열고 내려가는 장면은 정말 영화 전체에서 가장 긴장감을 극대화시킨 시퀀스였습니다.)

 

충격적이게도 문광의 남편은 그곳에서 4년간 지내고 있었습니다. 문광은 박사장 가족이 이 주택에 오기 전, 원래 주인이 살 때부터 이 집의 가정부였고 이 집의 구조를 가장 잘 알고 있었습니다. 대만 카스테라 사업에 크게 실패한 문광의 남편은 결국 사회 속에 살지 못하고 이 집의 지하보다 더 깊은 벙커에 자리를 잡고 그야말로 기생하게 된 것입니다.

 

충숙은 그들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려 합니다. 하지만 사정을 봐달라고 싹싹 비는 문광. 그 순간 엿듣고 있던 기택 가족이 지하실로 굴러 떨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문광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 자신보다 더한 악질이라며 전세를 역전시킵니다. 이제 거실에는 문광과 남편이 소파를 차지하고, 기택의 가족은 마룻바닥에 무릎 꿇고 손을 들고 있는 처지가 됩니다. 마치 북한의 핵폭탄 미사일 버튼이라도 되는 듯 스마트폰에 저장된 영상의 전송 버튼을 가지고 기택 가족을 협박하는 문광. 순간 기택은 몸을 던져 그 폰을 빼앗으려 시도, 온 가족이 육탄전을 벌입니다. 바로 그때, 전화벨이 울립니다...

 

 

영화 '기생충' 리뷰 2부에서 계속...

 

(2부 바로가기는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https://whoknowsblog.tistory.com/52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리뷰 2부. 줄거리와 결말)(스포일러 주의)

영화 '기생충' 리뷰 1부에 이어서 2부입니다. 1부를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이용해주세요! https://whoknowsblog.tistory.com/51 "이 시대에는 돈이 다리미야, 구김살을 쫙 펴줘."(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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