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 위해 헤어지는 것”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

후노스 리뷰/영화 리뷰|2019. 5. 16. 10:22

 

 

후노스 영화 리뷰 시간입니다!

오늘도 편안하게 보실만한 일본 영화 한 편을 가지고 왔습니다.

 

감상 당시 저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모르고, 그저 주연을 맡은 배우에 대한 관심으로(...) 보게 되었는데요,

 

배우 아오이 유우의 가장 예뻤던 시절을 담고 있기도 한 영화

 

타나다 유키 감독의

 

'백만엔걸 스즈코'입니다.

 

(장르 - 드라마/ 121분/ 일본/ 12세 관람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8438

 

백만엔걸 스즈코

취직을 못한 채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며, 100만엔이 모이면 다른 곳으로 이사가려는 여자의 이야기.독립...

movie.naver.com

 

 

주인공 스즈코는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젊은 여성입니다. 그녀에게는 남들에게 말 못 할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남자 친구와 다투다가 유죄 판결을 받고, 엉겁결에 실형을 산 '전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한 그녀는 자신의 이러한 과거를 모르는, 낯선 곳으로 떠나고만 싶습니다.

 

정말 투명한 눈동자와 피부를 자랑하는 아오이 유우의 리즈시절...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돈을 모아 룸메이트로 함께 살기로 뜻을 모았지만, 이삿날이 가까워 오자 친구는 돌연 말을 바꾸어 자신의 남자 친구와 셋이 살자고 하는 어이없는 제안을 합니다. 심지어 이사 당일날에는 둘이 헤어졌는지 이사 온 집에는 친구의 남자 친구만 있습니다. 아무리 스즈코라도 낯선 남자와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스즈코의 첫 번째 독립 작전은 그렇게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아직 미숙하고 어리숙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또다시 독립을 실행에 옮기기로 하는데요, 그 계획이 조금 독특합니다.

 

어떤 곳이든 가서 일하고 돈을 벌다가 '백만 엔'만 모이면 바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인데, 너무 오래 한 곳에 머무르면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질 뿐 아니라, 자신 스스로도 한 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일종의 규칙을 부여하고 그 틀 속에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죠.

 

 

처음 스즈코는 바닷가 마을로 갑니다. 전 세계 어디든 바다가 인접한 곳엔 관광객들이 모이게 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상권이 형성되지요. 스즈코는 여름철 시원한 바닷가에서 빙수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조금씩 돈을 모으게 됩니다.

 

사람 죽으란 법은 없다더니... 빙수 내리기에 탁월한 재능 발견.

 

바닷가에서 낯선 사람들도 만나고, 가게 식구들과도 친분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백만 엔이 모이자 그녀는 규칙대로 바닷가 마을을 떠납니다.

 

 

두 번째로 그녀는 산골마을로 들어갑니다. 그곳은 복숭아가 특산물인데요, 복숭아 따기 일을 도우며 한 집에서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던 중 도시에서 온 아가씨 스즈코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복숭아 아가씨 대회에 출전해줄 것을 부탁하기 시작합니다.

 

복숭아는 좋지만... 복숭아 아가씨는 무리데쓰.

 

 

그러나 전과가 있는 그녀가 그런 대회에 나갈 마음이 있을 리가 없죠. 결국 전과자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산골 마을을 도망쳐 나옵니다.

 

 

세 번째로 스즈코는 도쿄 인근의 소도시로 걸음을 옮깁니다. 꽃집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그곳에서 나카지마라는 대학생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되는데요, 그녀의 비밀을 알고도 개의치 않는 다정한 그에게 스즈코는 마음을 빼앗기게 됩니다.

 

풋풋하구만.

 

하지만 어딘가 수상한 나카지마의 사생활로 인해 의심이 싹트기 시작하고, 그녀의 통장 잔고는 점점 백만 엔에 가까워져 가는데요...

 

 

 

 

줄거리를 끝까지 다 설명해버리면 재미가 없으니! 이 이후로는 직접 영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아, 제가 제목으로 선정한 대사는 이 뒤에 나오는 장면입니다만, 오늘 리뷰글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내용에 대해서만 잠깐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영화는 말 못 할 비밀과 고충을 가진 주인공 스즈코의 성장 과정의 한 단편입니다.(일본 원제는 '백만엔과 고충녀'입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스즈코는 분명 한 단계 성숙해지게 되고, 그 이후로도 계속 성장해갈 것입니다. 그 성장을 입증하는 대목이 바로 

 

"그동안 헤어짐이 두려워 무리해왔던 것 같아. 그렇지만 만나기 위해 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

 

라는 대사입니다.

 

 

출소 후 그녀는 가족들과도 대화를 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그래서 도리어 투덜대고 화를 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가족들과 잘 지내려면 그저 침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즉 연결과 단절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필연적인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도피하기만 했던 것입니다.

 

이런 도피성 방어기제는 그녀의 독립 계획에 그대로 녹아들었습니다. 백만 엔만 모이면 미련 없이 떠난다는 규칙을 설정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들키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가까워지는 것도 싫습니다. 왜냐하면 들켰다간 모든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만남도 헤어짐도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보다 도망치고 숨는 것이 더 어리석은 일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니가 알던 내가 아냐.

 

어쩌다 보니 스포 아닌 스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절대 제가 말한 게 엔딩의 전부가 아니고, 반전 아닌 반전도 자리 잡고 있으니 꼭 직접 감상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일상을 벗어나 자유롭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 많으시죠? 가족들과 따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도 많을 테지요.

저 또한 어릴 땐 가족들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독립하고 나니 스즈코처럼 깨닫게 되는 점들이 많기도 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현대인들 누구나 한번쯤 느끼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그런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아오이 유우와 함께 바다로, 산으로 힐링 여행하듯 감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노스 별점 ★★★☆☆(+0.5) 3.5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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