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텐 당신이 모르는 힘이 있어... 내가 가진 사랑."(‘펀치 드렁크 러브’)

후노스 리뷰/영화 리뷰|2019. 5. 19. 10:41

 

 

여러분은 무언가를 꾹 참고 사십니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사회 속에서 나의 모습을 모두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물론 그것은 꼭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을 수도 있고, 숨겨야만 하는 약점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것들을 억압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순간 그것들이 와르르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스트레스 관리와 해소를 신경 써야 하는 것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의 주인공은 그 정도가 조금 심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 병적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데요,

 

 

후노스 영화 리뷰 시간, 오늘의 영화는

 

아담 샌들러, 에밀리 왓슨 주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2003년 작품

 

'펀치 드렁크 러브'입니다.

 

(장르 - 로맨스, 드라마/ 2003.05.08. 개봉/ 95분/ 미국/ 15세 관람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5189 

 

펀치 드렁크 러브

{마일리지 보너스 광고를 보고 전화드리는데요,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어서요. 여기 써 있기론 별도의 ...

movie.naver.com

 

 

제목이 독특한데요, 실제로 의학용어 가운데 '펀치 드렁크 증후군'이 있습니다. 주로 복싱선수들이 많이 겪는 질환으로서, 선수로 활동하며 머리에 쌓인 충격들로 인해 뇌 세포가 손상되어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복싱선수는 아니지만,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늘 불안해하고, 강박이나 분노조절장애의 증세를 보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외롭다'는 사실입니다.

 

주인공 배리(아담 샌들러)는 청소기구 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입니다. 그에게는 가족이 있는데 일곱 명이나 되는 누나들입니다. 어릴 적부터 누나들에게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가 많았던 배리는 누나들과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피하기 일쑤입니다.

그런 그의 지루한 일상 속 유일한 낙이 생겼는데, 그것은 어느 식품회사의 푸딩을 사면 얻게 되는 비행 마일리지였습니다. 그 회사 마케터의 실수로 마일리지 보너스가 묶음 상품의 단가보다 더 높게 제공되도록 책정된 것입니다. 배리는 그때부터 신나게 푸딩을 사모으기 시작합니다.

 

그것마저 일상이 되어가던 어느 날, 배리의 업장 앞 도로변에 뜬금없이 풍금이 나타납니다. 누가 왜 이것을 여기 두고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인 레나(에밀리 왓슨) 역시 왜 이곳에 온 것인지 그는 알 길이 없습니다. 자신의 심장이 왜 이렇게 뛰는지도요. 배리는 그야말로 '펀치'로 두들겨 맞은 듯한 혼란스러운 사랑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갑자기 푼위기 풍금. 갑분풍...?

 

(왜 하필 풍금일까를 생각해보면 풍금이 영어로 'Harmonium'인데, 화음, 즉 세상과 섞이지 못한 배리의 앞으로의 '화합'을 상징하는 오브제가 아닌가 합니다. 레나를 만남으로써 배리 인생 처음으로 화합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리고 화합의 핵심 열쇠는 역시 '사랑'입니다.)

 

 

배리는 외롭고 또 외로워서 어느 날 밤 폰XX 업체 '매트리스 맨'에 전화를 걸고 맙니다. 그의 통화를 들어보면, 성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악덕업체였던 그들은 그날부터 배리에게 금전을 취할 목적으로 그를 협박하기 시작합니다.

 

배리는 참 많은 억압들에 둘러싸인 인물입니다. 그런 벽들은 겹겹이 그를 옭아매고 있는데요, 사랑을 시작하며 배리는 점점 달라집니다. 그것을 표현하는 후반부는 정말 통쾌한 감정마저 선사합니다.

 

배리를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며 돈을 뺐으려던 매트리스 맨 일당들. 하필 레나와 함께 있을 때였는데,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그들은 레나를 다치게 합니다. 말 그대로 눈이 뒤집혀 버린 배리는 순간 초인이 됩니다.

 

분노한 배리에게 얼마 못가 박살이 나는 양아치들.

 

그들을 물리치는 것은 물론 매트리스 맨 본사를 찾아가 사장과 담판을 짓고 나오기도 합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센지 넌 모를 거다... 난 사랑에 빠졌거든... 사랑으로 얼마나 강해 질 수 있는지 넌 모를 거다."

 

진짜 멋졌던 배리...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 뒤로 배리가 어떻게 사랑을 이루어 가는지는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로맨스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낯설기도 하고, 누군가는 혼란스러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보이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든 수작입니다.

 

역시 감독의 역량이 대단합니다.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음악, 배리의 불안정한 시선을 옮겨놓은 듯한 카메라, 아름다운 색감과 구도, 연출 모두 살아있습니다. 일단 보면 '이 감독 영화 정말 잘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흔하고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탈출구를 향해 거침없이 달리는 배리.

 

후반부의 달라진 배리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그녀를 해치고 나를 억압했던 것들을 깨부수기 위해서 달립니다. 더 이상 뒷골목이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쫓기듯 걸어 다니던 배리가 아닙니다. 그는 그간 자신을 둘러싸던 모든 벽과 벽을 부수고 가르며 탈출구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합니다.

 

 

혼란스럽고 어지럽지만, 그런 주인공도 얼마든지 사랑스럽고, 인간적인 매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음악과 영상미 연출이 돋보이는, 색다른 로맨스 영화를 찾는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그럼 전 다음에도 색다른 영화들로 찾아뵙겠습니다!

 

 

 

후노스 별점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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